화농성한선염은 왜 생기나요?
겨드랑이·사타구니처럼 접히는 부위의 모낭(털구멍)이 각질로 막히고, 안에 갇힌 각질과 세균이 부풀어 오르다 모낭 벽이 터지면서 피부 깊은 층으로 쏟아져 염증이 번지는 거예요. 땀샘의 병이라기보다 모낭이 막히는 데서 출발하는 병이에요.
"겨드랑이 종기가 아물었다 싶으면 옆에 또 나요. 항생제를 먹으면 잠깐 가라앉는데 끊으면 그대로예요." 화농성한선염으로 오시는 분들이 가장 답답해하시는 부분이에요. 1편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 병은 접히는 부위에 아픈 멍울, 고름집, 고름길, 흉터가 반복되는 만성 염증 질환인데, 이름에 한선(땀샘)이 들어가 있어서 땀샘 병으로 오해하기 쉬워요. 실제로 예전에는 아포크린 땀샘의 세균 감염으로 설명했고, 지금도 초기 병변에서 여드름의 면포 같은 막힌 모낭이 보이는 것이 첫 신호로 꼽혀요. 하지만 지금은 출발점이 땀샘이 아니라 모낭이라는 것이 정설이에요.
출처: 한선염, 서울아산 질환백과, 2026 열람
과정을 순서대로 보면 이래요. 먼저 모낭 입구가 각질로 막혀요. 막힌 모낭 안에 각질과 피지, 그리고 원래 피부에 살던 세균이 쌓이면서 모낭이 풍선처럼 부풀어요. 어느 순간 모낭 벽이 견디지 못하고 터지면, 각질과 세균이 피부 깊은 층(진피)과 피하지방으로 쏟아져요. 몸은 이걸 이물질로 인식해 강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그 결과 단단하고 아픈 멍울(결절)과 고름집(농양)이 생기죠. 이 염증이 반복되면 피부 아래로 고름이 흐르는 굴 같은 통로(누공)가 만들어지고, 아물면서 두꺼운 흉터가 남아요.
출처: Hidradenitis Suppurativa, StatPearls, 2026 열람
그래서 화농성한선염은 흔한 종기와 달라요. 종기는 세균이 밖에서 들어와 생기는 급성 감염이라 항생제와 배농으로 끝나지만, 화농성한선염은 모낭이 막히는 경향 자체와 몸의 과한 염증 반응이 배경이라 한 번 가라앉아도 같은 부위에서 다시 시작돼요. 세균은 이 과정에서 염증을 키우는 역할을 하지만 원인의 전부는 아니에요. 그래서 원인을 이해할 때는 "왜 이 사람의 모낭은 잘 막히고, 왜 염증이 이렇게 크게 일어나는가"를 함께 물어야 해요.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기나요?
사춘기 이후 20대에 가장 많이 시작되고, 여성에게 남성보다 세 배 정도 흔해요. 가족력이 있는 분, 흡연자, 체중이 많이 나가는 분, 여드름이나 모낭염이 잦은 분에게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화농성한선염은 인구의 1% 미만에서 4% 정도가 겪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다른 병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아 실제로는 더 흔할 것으로 봐요. 사춘기 전에는 드물고 사춘기 이후 40세 사이에 시작되며, 특히 21~29세에 가장 많이 시작돼요. 여성이 남성보다 세 배 정도 많고, 생리 주기에 따라 증상이 오르내리거나 사춘기·폐경 무렵에 달라지는 것으로 보아 호르몬이 모낭 막힘과 염증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돼요. 다만 남성은 상대적으로 병이 심하고 넓게 퍼지는 경향이 있어서 성별에 따라 결이 조금 달라요.
출처: Hidradenitis Suppurativa, StatPearls, 2026 열람
가족력은 매우 중요한 단서예요. 화농성한선염이 있는 분의 33~40% 정도는 부모나 형제 중에 같은 병이 있는 것으로 보고돼요. 일부 가족에서는 모낭 세포의 성장과 분화를 조절하는 감마세크레타제 관련 유전자의 기능 상실 변이가 확인됐는데, 이 유전자가 제 역할을 못 하면 모낭 입구가 쉽게 각질로 막혀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되는 건 일부이지만, "우리 집안은 종기가 잘 난다"는 이야기가 있다면 이 병을 한 번쯤 의심해 볼 만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