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은 정확히 어떤 병인가요?
여드름은 피지를 만드는 모낭의 입구가 각질로 막히고, 그 안에서 피지와 세균이 늘어 염증으로 이어지는 만성 모낭 질환이에요. 쉽게 말해 털구멍이 막힌 채로 안에서 곪는 병이라고 보시면 돼요.
여드름은 피지를 만드는 모낭의 입구가 각질로 막히고, 그 안에서 피지와 세균이 늘어 염증으로 이어지는 만성 모낭 질환이에요. "고등학생 때 끝난 줄 알았는데 서른 넘어서 턱에 딱딱한 게 자꾸 나요", "이마에 좁쌀 같은 게 잔뜩인데 이것도 여드름인가요?" 이런 이야기로 진료실에 오시는 분들이 정말 많아요. 좁쌀 같은 것과 딱딱한 것은 서로 다른 병이 아니라, 같은 모낭 안에서 막힘과 염증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가 다른 거예요. 정식 명칭은 심상성 여드름(acne vulgaris)이고, 흔히 그냥 여드름이라고 부르죠. 옛 표현으로는 "면포"나 "좌창"이라는 말도 써요. 이 아카이브의 여드름 글 여덟 편에서는 모낭 안의 막힘을 "면포", 붉게 부어오른 것을 "염증성 병변", 그중 깊고 단단한 것을 "결절"과 "낭종"이라고 부를게요.
여드름이 잘 생기는 자리는 피지선이 크고 많은 곳이에요. 얼굴, 그중에서도 이마·코·턱, 그리고 가슴과 등 위쪽, 어깨죠. 손등이나 종아리에는 여드름이 잘 안 나는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그래서 "팔에 오돌토돌한 게 여드름 같아요"라고 하시면, 피지선이 적은 부위라는 점에서 모공각화증 같은 다른 병을 먼저 떠올리게 돼요. 어디에 났는지, 부위가 첫 번째 확인 기준이에요.
출처: 여드름, 국가건강정보포털, 질병관리청
한 가지 더 짚어 두고 싶은 게 있어요. 여드름은 "더러워서 생기는 병"이 아니에요. 세안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모낭 안쪽에서 벌어지는 막힘과 염증은 바깥에서 닦아 낼 수 없거든요. 오히려 하루에 여러 번 세게 씻으면 피부장벽이 상해서 염증이 더 잘 생겨요. 이 오해는 다음 글에서 따로 다룰게요. 이 글에서는 모낭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단계마다 무엇이 다른지를 차근차근 정리해 볼게요.

모낭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나요?
여드름은 피지, 각질, 세균, 염증이라는 네 가지가 한 모낭 안에서 순서대로, 때로는 동시에 겹치면서 만들어져요.
여드름은 피지, 각질, 세균, 염증이라는 네 가지가 한 모낭 안에서 순서대로, 때로는 동시에 겹치면서 만들어져요. 하나씩 풀어 볼게요. 첫째는 피지예요. 사춘기나 호르몬 변화 시기에 남성호르몬 계열 신호가 커지면 피지선이 커지고 피지가 많아져요. 둘째는 각질이에요. 모낭 입구를 덮는 각질세포가 평소보다 잘 떨어지지 않고 서로 붙어 있으면 입구가 좁아지고, 피지가 밖으로 나가지 못한 채 안에 고이게 돼요. 이 상태가 바로 면포예요.
출처: Acne vulgaris, The Lancet, 2012
셋째는 세균이에요. 피부에 원래 살고 있는 큐티박테리움 아크네스(Cutibacterium acnes, 예전 이름은 프로피오니박테리움 아크네스)라는 세균이 고인 피지를 먹이 삼아 늘어나요. 이 세균은 나쁜 균이 아니라 누구 피부에나 있는 상주균인데, 산소가 없고 피지가 많은 막힌 모낭이 이 균에게는 살기 딱 좋은 환경이 되는 거죠. 넷째는 염증이에요. 늘어난 세균과 세균이 내놓는 물질에 면역세포가 반응하면 모낭 벽이 붉게 붓고, 벽이 터지면 피지와 각질, 세균이 피부 깊은 층(진피)으로 새어 나가 더 큰 염증이 돼요.
쉽게 비유하면 이래요. 피지는 하수구로 흘러가야 할 기름, 각질은 하수구 입구를 막는 머리카락 뭉치, 세균은 고인 물에서 번식하는 것들, 염증은 그 때문에 주변이 붓고 아픈 반응이에요. 네 가지 중 어느 하나만 막아도 여드름이 덜 생겨요. 그래서 치료도 피지를 줄이는 것, 각질을 정돈하는 것, 세균을 줄이는 것,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으로 나뉘어요. 환자분 입장에서 확인해 보시면 좋은 건, 내 얼굴에서 지금 어느 쪽이 가장 두드러지는지예요. 번들거림이 심한지, 좁쌀이 많은지, 붉게 부은 것이 많은지, 깊고 아픈 것이 있는지를 보시면 답이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