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증상으로 문의하셨나요?
20대 후반 / 남성 / 아토피
어릴 때부터 아토피가 있었고 20대 들어 목과 팔꿈치 안쪽, 무릎 뒤가 거뭇하고 가죽처럼 두꺼워졌습니다. 피부과 연고와 항히스타민제를 오래 써서 붉은 기운은 덜하지만, 두꺼운 피부와 거무스름한 색은 그대로라 여름에도 반팔을 입기 꺼려집니다. 한의원 치료를 받아 보려는데, 가려움과 두께와 색을 한꺼번에 치료하는 건지, 아니면 순서가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대략 어떤 단계로 진행되는지 알고 시작하고 싶습니다.
생기한의원 수원점에서 답변해 드립니다.
두껍고 거뭇해진 아토피 피부는 한꺼번에 좋아지지 않고, 대개 가려움과 염증이 먼저 가라앉고, 그다음 두께가 얇아지며, 색은 가장 늦게 옅어지는 순서로 변합니다. 그래서 치료도 염증 진정, 긁는 고리 끊기, 장벽 회복, 색소 정리, 재발 관리의 단계로 나누어 진행합니다.
안녕하세요. 생기한의원 수원점 김민정 원장입니다.
피부가 두껍고 거뭇해지는 데에는 세 가지 변화가 겹쳐 있습니다. 첫째는 아직 남아 있는 염증과 가려움이고, 둘째는 오랫동안 긁고 문지른 자극에 맞서 피부가 겉층을 두껍게 쌓아 올린 태선화이며, 셋째는 염증이 지나간 자리에 멜라닌 색소가 남은 염증 후 색소침착입니다. 이 세 가지는 회복 속도가 서로 다릅니다. 염증은 원인을 줄이면 비교적 빨리 반응하지만, 두꺼워진 피부는 새살이 올라와 묵은 각질을 밀어내는 피부 교체 주기를 여러 번 거쳐야 얇아지고, 피부 아래쪽에 자리 잡은 색소는 그보다 더 늦게 빠져나갑니다. 그래서 치료를 시작하고 가려움이 줄었는데도 겉모습은 그대로라 실망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는 치료가 효과가 없어서가 아니라 회복이 원래 이런 순서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색만 빨리 빼려고 미백 제품이나 각질 제거를 먼저 서두르면 남아 있는 염증을 자극해 오히려 두께와 색이 다시 짙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순서를 지키는 것 자체가 치료 기간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치료 순서를 정하기 전에 이 변화가 정말 아토피 때문인지 확인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목 뒤와 겨드랑이, 사타구니가 가렵지 않은데 벨벳처럼 거뭇하고 도톰해진다면 흑색가시세포증일 수 있고, 이는 체중 증가나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어 내과에서 혈당 등 혈액 검사를 먼저 받아 보셔야 합니다. 경계가 뚜렷하고 은백색 각질이 두껍게 붙는다면 건선, 가장자리가 붉고 둥글게 번진다면 곰팡이 감염도 구별해야 합니다. 두꺼운 부위에 진물이 나거나 노란 딱지가 앉으면 세균 감염, 갑자기 작은 물집이 퍼지며 열이 나면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번지는 포진상습진일 수 있어 그날 바로 피부과 진료가 필요합니다. 또 강한 스테로이드 연고를 같은 자리에 오래 바른 경우에는 피부가 얇아지거나 핏줄이 비치고 색이 얼룩지는 변화가 섞여 있을 수 있으니, 지금 쓰는 연고의 종류와 기간을 정리해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감별이 끝나야 각 단계에 맞는 치료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감별이 애매할 때는 사진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직접 진찰과 필요한 검사를 받아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생기한의원에서는 첫 단계로 체질과 현재 염증 상태를 살펴, 열이 많아 붉고 가려운 쪽인지, 피부가 메마르고 진액이 부족해 갈라지는 쪽인지, 소화와 수면이 흔들려 회복이 더딘 쪽인지를 나누어 한약 처방의 방향을 정합니다. 처음에는 가려움과 남은 염증을 가라앉혀 긁는 고리를 끊는 데 집중하고, 침과 약침으로 밤중 가려움과 수면을 돕습니다. 이 시기에는 쓰던 연고를 갑자기 끊지 않고, 가려움이 줄어드는 정도에 맞춰 처방한 의료진과 상의하며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이 원칙입니다. 가려움이 잦아든 다음 단계에서는 두꺼운 부위의 진액과 순환을 돕는 쪽으로 처방을 바꾸고, 한방 외용제와 밀폐 보습으로 딱딱한 각질층을 부드럽게 만들어 갑니다. 피부가 눈에 띄게 얇아지고 결이 살아난 뒤에야 거뭇한 색을 옅게 하는 관리에 비중을 두는데, 이때도 자극이 강한 시술이나 제품보다 염증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지키는 것이 우선입니다. 마지막으로 계절이 바뀌는 시기나 업무가 몰리는 시기에 다시 가려워지지 않도록 유지 관리 단계로 넘어가며, 각 단계의 기간은 피부 반응을 보면서 함께 정합니다.
단계마다 집에서 하실 일도 조금씩 다릅니다. 가려움을 끊는 시기에는 손톱을 짧게 깎고, 가려울 때 긁는 대신 차가운 물수건을 대거나 손바닥으로 눌러 주는 대체 행동을 정해 두세요. 밤에 무의식적으로 긁는다면 얇은 면장갑을 끼고 자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두께를 줄이는 시기에는 샤워 직후 3분 안에 보습제를 두껍게 바르고, 목과 팔꿈치 안쪽처럼 두꺼운 부위는 보습제를 바른 위에 랩이나 면 붕대를 잠깐 감아 두는 밀폐 보습을 하루 한 번 해 보시면 각질이 부드러워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때를 밀거나 각질 제거제로 벗겨 내는 것은 어느 단계에서도 피해야 합니다. 색을 옅게 하는 시기에는 자외선이 색소를 짙게 만들기 때문에, 목과 팔처럼 노출되는 부위에 자극이 적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옷으로 가려 주세요. 한 달에 한 번 같은 장소와 조명에서 같은 부위를 사진으로 남기고, 가려움 점수를 0에서 10까지 매일 적어 두면 지금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스스로 확인할 수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시점을 정하는 데도 쓸 수 있습니다.
진료를 직접 보지 않고 드리는 답변이라 제한이 있습니다. 실제 피부 상태와 체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으니, 가까운 생기한의원 지점에 내원하셔서 확인받으시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