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치료 설명보다 환자분의 바람을 먼저 여쭙나요?
환자분 마음속에 이미 그려져 있는 치료 목표와 예상 기간을 모른 채 제 설명만 드리면, 두 그림이 어긋나는 순간 당황과 의구심이 생기고 그것이 치료 초반의 신뢰와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첫 진료에서는 계획을 말씀드리기 전에 바람부터 여쭙습니다.
건선을 치료하러 오시는 분들은 아주 오래된 분부터 올라온 지 몇 달 되지 않은 분까지 다양합니다. 면역을 억제하는 약을 오래 쓰신 분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분도 있습니다. 생활 환경과 습관, 체질적 요인도 다릅니다. 이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치료 목표와 기간을 정하고, 그것을 환자분과 함께 공유하는 과정을 오늘 적어 보려 합니다.
건선이라는 만성 난치성 피부질환을 안고 한의원에 오시기까지, 환자분들은 많은 검색과 고민을 거치십니다. 그 전에 다른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신 경우도 많습니다. 이 과정에서 환자분 마음속에는 이미 자신만의 치료 목표와 대략적인 예상 기간이 형성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을 파악하지 않고 제 설명만 일방적으로 드리면, 환자분이 예상했던 내용과 제 설명이 크게 다를 때 당황하시게 됩니다. 그 당황스러움은 제 설명에 대한 의구심이나 심리적 저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치료의 시작점에서 신뢰와 집중도가 떨어지고, 더 나아가 치료 과정 중에 환자분이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들의 실천 여부에까지 결국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저는 첫 진료에서 이런 질문을 자주 드립니다. "건선으로 그간 고생을 많이 하셨고 저희 한의원에 오시기까지도 검색과 고민을 많이 하셨을 텐데, 오시면서 '나는 이렇게 치료가 되면 좋겠다', '이런 치료를 받고 이 정도 기간 안에 좋아지면 좋겠다' 하는 목표나 바람이 있으실까요?"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에 대한 환자분의 바람과 예상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환자분이 치료의 시작부터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저 또한 실제 치료 목표와 진행을 더 효과적으로 설명드릴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부분은 이렇게 답하십니다. "깨끗하게 나으면 좋죠. 그런데 깨끗하게 나을 수 있을까요?" "치료 기간은 길다고 들었어요." 이 두 답변이 이후 대화의 출발점이 됩니다.
건선이 깨끗하게, 다시는 안 생기게 나을 수 있을까요?
"네, 완전히 없어집니다"라고 답하면 시원하겠지만, 저는 그 대신 관해라는 말을 씁니다. 원인과 증상이 모두 사라져 같은 원인으로 일생 동안 한 번도 다시 생기지 않을 때만 쓸 수 있는 표현이 있는데, 건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만성 질환에서는 관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실제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이 질문에 "네, 완전히 없어집니다"라고 답을 드리면 시원하겠지만, 아쉽게도 저는 그 표현 대신 관해라고 말씀드립니다. 관해는 증상이 가라앉아 일상에 불편이 없는 상태가 이어지는 것을 뜻합니다.
관해를 목표로 하는 것은 건선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단순한 외과적 처치나 일시적인 감염처럼 원인과 증상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만성 질환에서 관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실제적이고 합리적입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완전히 나았다"는 표현은 증상과 원인이 모두 소실되어 같은 원인으로 일생 동안 한 번도 다시 생기지 않을 때 쓸 수 있습니다. 건선은 조건이 맞으면 다시 올라올 수 있는 질환이므로, 지금 피부가 깨끗하다고 해서 그 조건까지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 차이를 처음에 분명히 해 두는 것이, 뒤에 이어질 기간 이야기를 받아들이시는 데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