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바르는 연고는 왜 세기가 다른가요?
손바닥과 발바닥의 각질층이 몸에서 가장 두꺼워서, 같은 약이라도 안쪽까지 닿는 양이 적기 때문이에요.
한포진에 쓰는 국소 스테로이드가 팔다리에 쓰던 것보다 센 경우가 많은 이유는, 손바닥과 발바닥의 각질층이 몸에서 가장 두꺼워서 같은 약이라도 안쪽까지 닿는 양이 적기 때문이에요. "얼굴에 쓰던 연고를 손에 발랐는데 아무 변화가 없어요", "반대로 손에 쓰던 걸 얼굴에 발라도 되나요?" 진료실에서 자주 나오는 이 두 질문이 정확히 이 지점을 가리키고 있죠. 답은 같아요. 연고의 세기는 약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 부위와 병변의 두께에 맞춰 고르는 값이에요.
국소 스테로이드는 세기가 여러 단계로 나뉘어 있어요. 피부가 얇은 얼굴·눈 주위·접히는 부위에는 약한 것을, 손바닥·발바닥이나 두꺼워진 병변에는 더 센 것을 쓰는 게 일반적인 원칙이죠. 그래서 "센 약이니까 무섭다"가 아니라 "이 부위에 맞는 세기인가"를 먼저 물어보시는 게 순서예요. 손발에 약한 연고를 오래 바르면서 변화가 없는 채로 몇 달을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은 아니거든요.
출처: Guidelines for diagnosis, prevention and treatment of hand eczema, Journal der Deutschen Dermatologischen Gesellschaft, 2015
이 글은 연고를 쓰지 말라는 글도, 마음대로 세기를 올리라는 글도 아니에요. 연고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물집기와 각질기에 무엇이 달라지는지, 언제 다시 평가해 봐야 하는지를 함께 짚어 볼게요. 지금 처방받아 쓰고 계신 약을 이 글만 읽고 스스로 끊거나 늘리시는 건 권하지 않아요.

연고는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나요?
염증 반응을 낮춰 붉은기와 가려움, 부기를 줄여 주지만, 피부장벽이나 장갑 속 습기 같은 악화 조건을 바꿔 주지는 않아요.
국소 스테로이드는 피부의 염증 반응을 낮춰서 붉은기와 가려움, 부기를 줄여 주는 약이에요. 한포진처럼 물집과 염증이 반복되는 손발 습진에서는 급성기 치료의 기본으로 쓰이죠. 가려움이 줄면 긁는 게 줄고, 긁는 게 줄면 물집이 터져 상처가 되는 일도 줄어요. 이 연쇄를 끊어 주는 게 연고의 몫이에요.
출처: 한포진, 국가건강정보포털, 질병관리청
연고가 하지 않는 일도 분명해요. 헐거워진 피부장벽을 대신 메워 주지 않고, 장갑 속 습기나 세제 접촉, 땀 같은 악화 조건을 바꿔 주지 않으며, 두꺼워진 각질을 대신 벗겨 주지도 않아요. 쉽게 말해 불이 난 곳에 물을 뿌리는 역할이지, 불이 잘 붙는 조건을 고치는 역할은 아니에요. 그래서 손습진 진료지침에서도 자극 피하기와 보습, 보호 장갑을 모든 단계의 바탕으로 두고, 그 위에 국소 항염증 치료를 얹는 거예요.
출처: Guidelines for diagnosis, prevention and treatment of hand eczema, Journal der Deutschen Dermatologischen Gesellschaft, 2015
얇은 부위나 오래 유지가 필요한 경우에는 스테로이드가 아닌 국소 면역조절제를 쓰기도 하고, 넓거나 잘 낫지 않는 손습진에서는 광선치료나 전신 치료를 단계적으로 고려하기도 해요. 어떤 단계에 있는지는 병변의 범위와 기간, 지금까지의 반응으로 정해지니까, 스스로 판단하시기보다 진료에서 함께 정하시는 게 맞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