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왜 직업부터 물어보세요?
직업을 알면 그 습진이 무엇 때문에 생겼는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부는 하루 대부분을 같은 조건 속에서 지내고, 그 조건이 날마다 이어지면 가장 약한 부위부터 무너지는데, 습진은 대개 바로 그 자리에 생깁니다.
습진으로 오신 분께 저는 대개 직업부터 여쭤봅니다. 증상 이야기를 하러 왔는데 웬 직업이냐고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런데 진료를 오래 하다 보니 습진이 생긴 부위와 그분의 하루가 닮아 있는 경우를 자꾸 보게 되었습니다.
같은 습진이라도 어떤 분은 손가락 옆면에만 생기고, 어떤 분은 사타구니와 엉덩이에만 생기며, 어떤 분은 온몸에 흩어져 올라옵니다. 이 차이는 타고난 체질보다 매일 놓이는 환경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디가 가려운지보다 하루에 손이 몇 번이나 젖는지, 작업복을 몇 시간 입고 있는지, 하루에 몇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지를 먼저 여쭤봅니다. 대답을 듣고 나면 병변이 생긴 부위와 대개 맞아떨어집니다. 첫 진료 시간의 절반 가까이를 여기에 씁니다. 무엇을 쓸지 정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지부터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을 많이 만지는 일과 땀이 차는 일은 무엇이 다른가요?
물에 젖는 일은 피부 장벽을 무르게 해 손가락 옆면과 손등부터 갈라지게 하고, 땀이 차는 일은 균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사타구니·엉덩이·발처럼 접히는 부위에 감염을 동반한 습진을 일으킵니다. 원인의 방향이 서로 반대라서 관리도 반대로 합니다.
미용, 요식업, 간호, 도자기 작업처럼 물과 세제를 만지는 일을 하시면 손이 젖었다 마르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 반복합니다. 벽돌 사이의 시멘트가 빠지듯 피부 장벽이 얇아지고, 가장 자주 젖는 손가락 옆면과 손등부터 갈라집니다. 이런 분의 손은 붉기보다 건조하고 거칠며, 잔금이 갈라지면서 따갑다고 호소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로 작업복이나 유니폼을 오래 입고 바람이 통하지 않는 곳에서 일하시면 땀이 마르지 않습니다. 사타구니, 엉덩이, 발처럼 접히고 공기가 통하지 않는 부위에 생기고, 세균이나 곰팡이 감염이 함께 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부위는 붉고 축축하며 경계가 번져 있고, 냄새나 진물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두 가지가 겹치는 분도 계십니다. 종일 장갑을 낀 채 일하다가 퇴근 후 집안일로 손이 다시 젖는 경우입니다. 이런 분께는 하루 중 어느 쪽 시간이 더 긴지부터 함께 세어 봅니다.
두 경우는 관리가 정반대입니다. 젖는 쪽은 물에 닿는 시간을 줄여야 하고, 땀이 차는 쪽은 말리는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같은 습진이라도 안내를 다르게 드리는 이유입니다.

저는 하루 종일 앉아만 있는데 왜 생기나요?
오래 앉아 있으면 접히는 부위의 온도와 습도가 계속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한 일이 없어도 피부로서는 하루 열 시간씩 같은 조건을 견딘 셈입니다.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 사무직, 장거리 운전을 하시는 분들이 그렇습니다. 사타구니와 엉덩이는 원래도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데, 앉아 있는 동안에는 체온까지 모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