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었더니 왜 다시 올라오나요?
약이 세균과 염증, 피지를 눌러 두고 있었을 뿐, 여드름을 만드는 조건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에요.
"항생제 먹는 동안은 정말 깨끗했는데, 끊고 한 달 만에 원래대로예요", "이소트레티노인까지 했는데 반년 지나니까 턱에 또 올라와요."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이야기인데, 이 두 경우는 이유가 조금 달라요.
앞선 글에서 여드름은 피지, 각질, 세균, 염증 네 축이 겹쳐 만들어진다고 말씀드렸죠. 약은 이 축들 중 일부를 강하게 낮춰요. 그런데 각질이 모낭(털구멍) 입구에 쌓이는 성향, 피지선의 크기, 호르몬 신호처럼 축을 만들어 내는 조건은 약을 먹는다고 사라지지 않아요. 그래서 약으로 붉은기가 사라진 상태는 '여드름이 없어진 상태'가 아니라 '염증이 억제된 상태'에 가까워요. 이 차이를 모르면 깨끗해진 얼굴을 보고 다 끝났다고 여겨 갑자기 끊게 되고, 억제가 풀리면서 면포부터 다시 쌓이거든요.
이 글은 약을 쓰지 말라는 글이 아니에요. 약이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않는지, 끊은 뒤의 변화를 어떻게 읽는지, 유지 요법과 재평가 시점을 어떻게 잡는지를 함께 살펴볼게요. 지금 처방받아 쓰고 계신 약을 이 글만 읽고 스스로 끊거나 늘리시는 건 권하지 않아요.

항생제는 정확히 무엇을 하나요?
항생제는 모낭 안에 늘어난 세균을 줄이고 염증 반응을 낮추는 약이에요. 여드름 치료에서는 대개 정해진 기간을 두고 다른 국소 치료와 함께 써요.
먹는 항생제와 바르는 항생제가 있고, 붉게 부은 염증성 병변이 넓게 있을 때 주로 선택해요. 지침에서는 먹는 항생제를 단독으로 오래 쓰지 않도록 하고, 과산화벤조일이나 국소 레티노이드와 함께 쓰며, 효과를 확인한 뒤에는 기간을 제한해 마무리하도록 권하고 있어요.
출처: Guidelines of care for the management of acne vulgari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2016
기간을 제한하는 이유는 두 가지예요. 하나는 세균이 항생제에 덜 반응하게 되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항생제가 손대지 못하는 축이 있기 때문이에요. 항생제는 세균과 염증을 낮추지만, 모낭 입구에 각질이 쌓이는 과정 자체는 크게 바꾸지 않거든요. 그래서 항생제만 쓰다 끊으면 눌려 있던 면포가 다시 염증으로 이어지면서 예전 상태로 돌아가기 쉬워요. 항생제를 마무리할 때 국소 레티노이드 같은 약을 유지로 남겨 두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출처: Guidelines of care for the management of acne vulgari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2024
확인해 보실 건 세 가지예요. 지금 먹거나 바르는 항생제의 이름, 시작한 날짜, 그리고 함께 쓰고 있는 국소 약제가 있는지예요. "예전에 받은 걸 여드름 올라올 때마다 며칠씩 먹어요"라고 오시는 분이 적지 않은데, 이런 방식은 권하지 않아요. 남은 약을 임의로 다시 드시기 전에, 진료에서 지금 상태에 맞는 방식인지 꼭 확인해 보세요.
이소트레티노인은 무엇이 다른가요?
이소트레티노인은 피지선의 크기와 피지 분비를 크게 줄이는 먹는 약이에요. 결절과 낭종처럼 깊고 흉터를 남기는 여드름이나, 다른 치료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 선택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