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드름은 짜도 되나요?
여드름은 손으로 짜지 않는 게 원칙이고, 특히 고름점이 보이지 않는 붉은 구진과 단단한 결절은 짜서 얻는 게 없어요.
"고름이 보이면 짜야 빨리 낫는 거 아니에요?", "안 짜면 안에서 더 곪을 것 같아서요."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이에요. 짜는 순간 하얀 것이 나오면 개운하고 붓기도 잠깐 줄어드니 맞는 방법처럼 느껴지는데, 그 개운함이 이 오해가 오래 살아남는 이유예요.
모낭(털구멍)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떠올려 보면 답이 나와요. 여드름은 막힌 모낭 안에 피지와 각질, 세균이 고여서 염증이 생긴 상태예요. 손가락으로 양쪽에서 누르면 압력은 위로만 가지 않고 아래와 옆으로도 가요. 모낭 벽이 얇아진 자리가 터지면서 안에 있던 내용물이 피부 표면이 아니라 진피(피부 깊은 층) 쪽으로 새어 나가고, 면역세포가 그것을 이물로 인식해서 더 넓고 깊은 염증을 만들어요. 겉으로는 하얀 것이 나왔지만 안에서는 더 큰 일이 벌어진 셈이죠. 그래서 짠 다음 날 더 크고 붉게 부어오르거나, 옆에 하나가 더 생기는 일이 반복돼요.
출처: Acne vulgaris, The Lancet, 2012
흉터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여드름 흉터는 염증이 진피의 콜라겐 구조를 무너뜨렸을 때 남아요. 결절과 낭종처럼 깊은 병변은 그 자체로 흉터 가능성이 크고, 얕은 구진은 손으로 짜서 벽을 터뜨리는 순간 깊은 병변과 같은 조건이 돼요. 손톱으로 긁어서 생긴 상처에 세균이 들어가면 2차 감염도 더해지고요. 확인 기준은 하나예요. 지금까지 짠 자리 중 파인 자국이 남은 곳이 있는지 거울 앞에서 손끝으로 만져 보세요. 하나라도 있다면 내 피부는 짜서 흉터가 남는 쪽이라는 뜻이에요.
출처: 여드름, 국가건강정보포털, 질병관리청
그래도 꼭 짜야 한다면 무엇이 다른가요?
의료 현장에서 하는 압출은 소독된 기구로 면포의 입구를 열고 내용물을 위쪽으로만 빼내는 방식이라, 손가락으로 양쪽에서 누르는 것과는 압력의 방향과 대상이 달라요. 지침에서도 면포 압출은 염증이 없는 면포에 한해 보조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으로 언급해요. 즉 대상은 염증이 없는 면포이고, 붉게 부은 구진이나 단단한 결절은 압출 대상이 아니에요.
출처: Guidelines of care for the management of acne vulgari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2016
"그럼 집에서 소독한 바늘로 하면 되지 않나요?" 이렇게 물으시는 분도 계신데, 문제는 도구보다 판단이에요. 어느 병변이 압출해도 되는 면포인지, 이미 염증이 시작된 구진인지는 겉모양만으로 가르기 어렵고, 깊이와 방향을 잘못 잡으면 소독한 바늘로도 벽을 터뜨려요. 게다가 집에서는 한 개만 하고 멈추기가 어렵죠. 하나를 짜고 나면 옆에 것도 눈에 들어오고, 그렇게 얼굴 전체를 건드린 다음 날은 붉은 자국이 늘어 있어요.
굳이 대안을 말씀드리면 이래요. 고름점이 표면으로 올라와서 얇은 막만 남은 농포는 따뜻한 물로 세안한 뒤 저절로 터지는 경우가 많고, 터진 뒤에는 만지지 말고 깨끗이 두는 게 나아요. 붉고 단단한 것은 손을 대지 않고 냉찜질로 열감만 줄이면서 며칠 지켜보고, 그 사이에 커지거나 아파지면 진료를 받는 게 순서예요. 짜고 싶은 충동이 드는 시간대, 예를 들어 세안 직후 거울 앞이나 밤에 책상에 앉았을 때를 알아 두시면 손이 얼굴로 가는 걸 한 번 더 멈출 수 있어요.
세게 씻으면 여드름이 줄어드나요?
세게, 자주 씻는 건 여드름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피부장벽을 상하게 해서 염증을 키울 수 있어요.
"기름이 문제라니까 하루 네 번 씻어요", "스크럽으로 문질러야 개운해요." 이런 습관은 "여드름은 더러워서 생긴다"는 오해에서 나와요. 여드름의 막힘은 모낭 안쪽, 피부 표면에서 닦아 낼 수 없는 깊이에서 일어나요. 표면의 기름을 아무리 걷어 내도 모낭 안의 피지와 각질은 그대로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