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진에 음식부터 끊어야 하나요?
습진에서 가장 먼저 손볼 건 음식이 아니라 물과 세제에 닿는 시간, 장갑, 그리고 씻은 뒤 보습까지의 순서예요.
"밀가루랑 유제품을 두 달 끊었는데 손은 그대로예요. 뭘 더 끊어야 할까요?" 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자주 들어요. 그럴 때 저는 더 끊을 걸 찾기보다, 하루에 손이 몇 번 젖고 그 뒤에 보습을 몇 번 했는지를 먼저 여쭤봐요. 그 답이 음식 목록보다 피부에 더 큰 차이를 만드는 경우가 많거든요.
습진은 병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가려움, 붉어짐, 각질, 진물처럼 피부에 염증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모양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에요. 그 안에 아토피피부염, 접촉피부염, 화폐상습진, 손습진처럼 원인이 다른 여러 종류가 들어 있고, 종류에 따라 생활관리의 무게중심도 달라져요. 다만 어떤 습진이든 공통으로 작동하는 축이 있어요. 약해진 피부장벽에 자극이 닿고, 염증이 생기고, 가려워서 긁으면 장벽이 더 상하는 순환이죠. 생활관리는 이 순환의 어느 고리를 하루 중 가장 길게 건드리는지를 찾아서 그것부터 줄이는 일이에요.
출처: 습진, 국가건강정보포털, 질병관리청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건,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바꾸지는 마셨으면 해요. 세제도 바꾸고 음식도 끊고 보습제도 바꾸면, 좋아져도 무엇 덕분인지 나빠져도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거든요. 한 번에 하나씩 바꾸고 2주 정도 부위와 가려움 정도를 적어 두시면, 내 피부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것만 남아요. 이 글은 그 순서대로 물과 세제, 장갑, 씻기와 보습, 음식, 그리고 굳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나누어 볼게요.

물과 세제에 닿는 시간을 어떻게 줄이나요?
하루 중 피부가 젖어 있는 시간과 세정제에 닿는 횟수를 세어 보고, 묶을 수 있는 작업을 묶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면 좋아요.
습진 생활관리에서 가장 크게 바꿀 수 있는 건 하루 중 피부가 젖어 있는 시간과 세정제에 닿는 횟수예요. 물은 그 자체로 자극이 돼요. 오래 담그면 각질층(피부 맨 바깥의 보호막)이 부풀었다가 마르면서 지질이 빠져나가고, 세제는 그 지질을 한 번 더 씻어 내요. 뜨거운 물은 이 과정을 빠르게 하고, 그 뒤 건조한 공기가 남은 수분까지 가져가죠. 손습진 진료지침에서 젖은 작업을 줄이는 걸 관리의 첫 항목으로 두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출처: Guidelines for diagnosis, prevention and treatment of hand eczema, Journal der Deutschen Dermatologischen Gesellschaft, 2015
줄이는 방법은 횟수를 세는 것부터 시작해요. 설거지, 빨래, 청소, 아이 씻기기, 손 씻기, 소독제 사용을 하루 동안 세어 보세요. 열 번을 넘는다면 그중 몇 번을 묶을 수 있는지 봐요. 설거지를 끼니마다 하지 않고 한 번에 모으는 것, 헹구는 일은 뜨거운 물 대신 미지근한 물로 하는 것, 세제 원액이 손에 직접 닿지 않게 하는 것만으로도 젖는 시간이 줄어들어요. 세정제는 향과 색이 적은 것으로 바꾸고, 거품을 오래 문지르지 않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내요.
장갑은 잘 쓰면 도움이 되고 잘못 쓰면 오히려 자극이 돼요. 젖은 작업에는 방수 장갑을 쓰시되, 안에 땀이 차면 그 습기가 다시 장벽을 무르게 하니까 한 번에 오래 끼지 않는 게 원칙이에요. 얇은 면 장갑을 안에 끼고 방수 장갑을 겉에 끼면 땀을 흡수해서 훨씬 낫고요, 면 장갑은 자주 갈아 주세요. 고무 성분이나 장갑 안쪽 파우더에 반응하는 경우도 있어서, 장갑을 바꾼 뒤 손가락 옆면이나 손목까지 붉어졌다면 그 장갑 자체를 의심해 봐야 해요. 확인 기준은 장갑을 쓴 날과 쓰지 않은 날의 저녁 손 상태 차이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