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로이드 연고, 얼마나 써도 되나요?
정해진 하나의 날짜는 없고, 어느 부위에 어떤 세기를 어떤 상태에서 쓰는지에 따라 답이 달라져요.
"약국에서 일주일 넘게 바르지 말라고 했는데, 일주일 지나도 그대로예요. 계속 발라도 되나요?" 진료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질문이에요. 이 질문에 하나의 숫자로 답하기 어려운 이유는, 얼굴에 센 연고를 매일 바르는 것과 손등의 두꺼워진 습진에 같은 연고를 바르는 게 전혀 다른 상황이기 때문이에요. 기간은 단독으로 정해지지 않고, 세기와 부위, 병변의 상태와 함께 정해져요.
먼저 정리해 둘 게 있어요. 습진은 병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가려움, 붉어짐, 각질, 진물처럼 피부 염증이 보이는 모양을 묶어 부르는 이름이고, 그 안에 아토피피부염, 접촉피부염, 화폐상습진, 손습진처럼 원인이 다른 종류들이 들어 있어요. 스테로이드 연고는 그중 어느 종류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염증 반응"을 빠르게 낮추는 약이에요. 그러니까 불이 난 곳에 물을 뿌리는 역할이지, 불이 잘 붙는 조건을 바꾸는 약은 아니죠. 원인 자극을 줄이고 장벽(피부 맨 바깥의 보호막)을 보강하는 일은 연고와 별개로 계속되어야 해요.
출처: 습진, 국가건강정보포털, 질병관리청 · Guidelines of care for the management of atopic dermatitis: section 2. Management and treatment with topical therapie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2014
이 글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쓰지 말라는 글도, 마음껏 쓰라는 글도 아니에요. 세기와 부위와 기간이 어떻게 맞물리는지, 급성기와 유지 시기에 쓰는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언제 다시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를 정리한 글이에요. 지금 쓰고 있는 약을 이 글을 읽고 스스로 끊거나 늘리는 건 권하지 않아요.

연고의 세기는 어떻게 정해지나요?
바를 부위의 피부 두께와, 병변이 얼마나 두꺼워졌는지를 보고 정해요.
스테로이드 연고의 세기는 여러 단계로 나뉘고, 고를 때 보는 건 바를 부위의 피부 두께와 병변이 얼마나 두꺼워졌는지예요. 같은 이름의 약이라도 등급이 다르고, 같은 등급이라도 연고인지 크림인지에 따라 흡수가 달라져요. 그래서 "센 약"과 "약한 약"이라는 말만으로는 지금 내가 쓰는 게 어디쯤인지 알기 어려워요.
원칙은 단순해요. 피부가 얇은 곳에는 약한 것을, 두껍고 잘 흡수되지 않는 곳에는 더 센 것을 써요. 얼굴, 눈 주위, 목, 겨드랑이와 사타구니처럼 접히는 부위는 피부가 얇고 흡수가 잘 돼서 약한 등급을 짧게 쓰는 게 기본이에요. 반대로 손바닥, 발바닥, 오래돼서 두꺼워지고 결이 굵어진 부위는 흡수가 어려워 더 센 등급이 필요할 수 있어요. 손습진 진료지침에서도 병변의 정도에 맞춰 국소 치료를 단계적으로 올리고 내리는 방식을 쓰고 있어요.
출처: Guidelines of care for the management of atopic dermatitis: section 2. Management and treatment with topical therapie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2014 · Guidelines for diagnosis, prevention and treatment of hand eczema, Journal der Deutschen Dermatologischen Gesellschaft, 2015
양의 기준도 있어요. 흔히 손가락 한 마디 길이만큼 짠 양이 성인 양 손바닥 넓이를 덮는 기준으로 쓰여요. 얇게 발라야 한다는 말을 오해해서 아주 조금만 문질러 바르면 염증이 충분히 가라앉지 않고, 그러면 오히려 쓰는 기간이 길어져요. 반대로 넓은 부위에 매일 두껍게 바르는 것도 필요 이상이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