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이 떨어지면 왜 사마귀가 번지나요?
감염된 세포를 알아보고 밀어내는 몸의 인식이 약해지면 감염된 자리가 넓어지고 개수가 늘어나기 때문이에요.
사마귀는 인유두종바이러스에 감염된 표피 세포가 자라난 것이라서, 그 세포를 알아보고 밀어내는 몸의 인식이 약해지면 감염된 자리가 넓어지고 개수가 늘어나요. “예전에 하나 있다가 저절로 없어졌는데, 올해 들어 갑자기 손가락마다 생겼어요.” 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들으면 저는 먼저 그 사이에 몸에 무슨 변화가 있었는지를 여쭤봐요. 같은 바이러스, 같은 피부인데 결과가 달라졌다면, 달라진 건 대개 몸의 조건이거든요.
출처: 사마귀, 국가건강정보포털, 질병관리청
앞선 글에서 설명드린 것처럼 사마귀는 조용히 자리 잡는 감염이에요. 표피 안에서 살아가고, 요란한 염증을 만들지 않으며, 몸이 알아차릴 신호가 약해요. 이런 상황에서는 감시가 조금만 느슨해져도 균형이 병변 쪽으로 기울기 쉬워요. 반대로 감시가 제대로 작동하면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서 병변이 줄어드는 경과가 나타나는데, 이건 뒤늦게라도 몸이 감염된 세포를 알아본 결과로 이해하시면 돼요.
출처: Cutaneous warts: an evidence-based approach to therapy, American Family Physician, 2005
여기서 오해를 하나 정리하고 싶어요. 사마귀가 번진다고 해서 면역에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대부분은 수면과 피로, 스트레스처럼 일상에서 흔들리는 정도의 변화로 설명되고, 그 자체가 병으로 진단되는 상태와는 달라요. 다만 그 흔들림이 오래 이어지면 병변이 그 시기를 그대로 반영해서 보여 주는 거죠.

어떤 시기에 특히 번지기 쉬운가요?
수면이 무너진 시기, 다른 질환을 앓고 난 뒤, 면역에 영향을 주는 치료를 받는 시기, 임신·출산과 급격한 체중 변화 시기, 피부 자체가 약해진 시기에 자주 겹쳐 보여요.
임상에서 자주 겹쳐 보이는 시기들이 있어요. 첫째, 수면이 무너진 시기예요. 야근이 이어지거나 교대 근무로 잠드는 시간이 들쭉날쭉하거나, 아기를 돌보느라 밤잠이 토막 나는 시기에 개수가 늘었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둘째, 다른 질환을 앓고 난 뒤예요. 큰 감염을 겪었거나 수술과 회복 과정을 지난 뒤, 또는 만성 질환이 잘 조절되지 않는 시기에 병변이 넓어지는 흐름이 관찰돼요. 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상처 회복이 더디고 발 관리가 까다로워지는 조건까지 겹치고요.
셋째, 면역에 영향을 주는 치료를 받는 시기예요. 자가면역질환이나 장기이식으로 면역을 낮추는 약을 쓰고 계신 분, 항암치료를 받는 분에게서는 병변이 더 넓게 퍼지고 오래가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이 경우는 스스로 관리하는 대상이 아니라, 처음부터 담당 의료진과 함께 다루셔야 하는 상황이에요.
넷째, 임신 기간과 출산 후, 그리고 급격한 체중 변화나 무리한 식사 제한이 이어진 시기예요. 몸이 큰 변화를 겪는 동안에는 피부 상태도 함께 달라지고, 그 시기에 병변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다섯째, 피부 자체가 약해진 시기예요. 아토피피부염이나 습진으로 피부가 갈라져 있거나 각질이 벗겨져 있으면 바이러스가 들어갈 틈이 늘 열려 있는 셈이라, 몸의 조건과 피부의 조건이 함께 나빠지면 번지는 속도가 빨라져요.




